윤종득의 그림은 선명한 석채(石彩)의 빛깔에서 나오는 강렬함이 시각을 자극하면서 보는 이의 마음에 생기를 불어넣는다. 그의 그림을 강직한 윤곽선으로 주도하는 붉은색은 우리민족의 음양오행설에서 여름과 생명의 근원을 나타낸다.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태양을 향해 둥근 얼굴을 들고 있는 여름철 해바라기는 노란색과 붉은 색이 동시에 어울리며 발산하는 뜨거운 색채의 울림으로 화한다. 그것은 여름 한철 한껏 머금고 있는 뜨거운 태양의 열기 그 자체와 같다.
그가 즐겨 그리는 한국의 산과 소나무, 대나무, 호랑이 또는 십장생의 사물들도 대부분 석채의 붉은 색조를 띤 윤곽선으로 되어 있으며 하나같이 힘찬 기운을 내뿜는다. 그 기운은 오랜 서예와 전각 작업으로 잘 다져진 작가의 필선의 공력으로부터 비롯되는 듯 하며 그로부터 파생된 자발적인 화면은 한국 민화에서와 같이 순수하면서도 건강한 원초적 에너지와도 맞닿아 있음직하다.
아울러 그가 뚝심을 기울여 천착하고 있는 수묵화에는 한국의 산이 가지고 있는 첩첩 산중의 자태와 기세가 먹의 발묵(潑墨)을 통해 자연스러우면서도 심도 있게 포착되어 있다. 이러한 심도는 작가가 수도 없이 산을 오르내리며 스스로 체험한 자연으로부터 얻어낸 것이기에 더욱 생생하고 값지다.
서길헌 │ 월드벤처아트센터 큐레이터